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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al music

김희애와 유아인보다 더 간절했던 작곡가의 사랑 - 슈베르트

by 쉰김치 2020. 10. 27.

사실 그는 자신의 제자인 젊은 에스테르하지 백작 부인에게 푹 빠졌고 너무도 아름다운 작품 하나를 그녀에게 바쳤다. '두 대의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환상곡 F단조'가 바로 그것이다. 수업이 있을 때 말고도 자신의 후원자인 가수 포글을 대동하고 백작의 집에 종종 들렀다. 그럴 때면, 슈베르트는 티 내지 않고 흠모하는 제자 옆에 가만히 앉아 있었고 사랑의 화살을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다."

 

 

이 그림은 슈베르트의 친구인 화가 모리츠 폰 슈빈트가 그린 슈베르티아데이다. 이 그림 속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슈베르트이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노래하는 사람은 미하엘 포글이다. 1828년 마지막 슈베르티아데가 열린 곳도 바로 이 그림을 그린 슈빈트의 집이었다.

 

이 그림 속 정면 배경으로 보이는 여인의 초상화가 있다. 이 여인의 정체는 카롤리네 에스테르하지 백작 부인이다(이 초상화는 '요제프 텔처'가 그린 수채화로 현재는 소실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슈베르트는 1818년과 1824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개월가량 카롤리네에게 피아노 교습을 했다.

슈베르트와 가까웠던 극작가 에두아르트 폰 바우에른 펠트의 기록에 의하면 "슈베르트는 백작부인 E와 정말 사랑에 빠진 것 같다. 그의 그런 모습이 반갑다. 그녀에게 수업한다"라고 기록되었고, 또 그의 측근인 바우에른펠트의 회고록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이런 사실을 몰랐는지 어느 날 카놀리네는 슈베르트에게 왜 자신에게 작품을 바치지 않느냐고 물었다. 슈베르트는 "그게 무슨 소용이요? 모든 게 당신에게 바치는 건데"라고 답한다. 이후, 슈베르트는 자필 악보 4곡을 그녀에게 건넸다. 초조, 아침 인사, 물방앗간의 꽃과 같은 작품들이다. 그리고 마침내 1828년 그가 작고한 해에 만든 이 명곡을 그녀에게 헌정한다.

 

병들고 가난한 작곡가와 귀족 여인,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은 더 애달프기 마련이다. 슈베르트는 드라마 <밀회> 속 두 주인공보다 더 간절히, 더 뜨거운 마음으로 이 곡을 만들었을것이다.

 

훗날 슈베르트는 친구인 휘텐브레너에게 털어놓았는데...

 

"누군가를 몹시 사랑한 적이 있네. 내가 작곡한 미사곡에서 소프라노를 노래했는데 어찌나 아름답게 깊은 감정을 담아 불렀는지 몰라. 그녀와 결혼할 생각을 3년 동안 했네. 그런데 괜찮은 일자리를 얻지 못했어. 그러자 그녀는 부모님 뜻에 따라 다른 남자와 결혼했고 나는 몹시 상처받았지. 지금도 그녀를 사랑해." 

 

youtu.be/uzjYQuDPi9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