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몽상에 빠져있을 때도 많지만, 룰루는 정이 많고 친절한 요들이었다. 어느 날 물질 세계를 방황하던 룰루는 날개가 부러진 새를 발견했다. 룰루가 구해주려고 가까이 간 순간, 새는 작은 장난꾸러기 요정으로 변하더니 손쓸 새도 없이 룰루의 지팡이를 빼앗아 달아나버렸다. 룰루는 깔깔거리며 요정을 쫓아갔다.
룰루는 요정을 따라 숲 깊숙이 들어갔다. 바위를 넘고, 통나무 아래를 기고, 거대한 고대 환상 열석을 돌아 도망가던 요정은 폭포 뒤에 숨겨진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손에 잡힐 듯 말 듯, 항상 약간 앞서 날아가는 요정을 쫓아 룰루도 달려갔다.
동굴 안은 길고 긴 내리막길이었다. 룰루는 뒤틀린 뿌리와 빛나는 버섯들 사이로 뒹굴었다. 어느 순간 둘은 영혼 세계로 넘어갔지만, 룰루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주변 환경은 점차 기이하게 변해갔다. 사방의 끝자락이 뒤틀렸고 사물의 크기가 요동쳤다.
한참을 떨어진 룰루는 마침내 요정을 잡을 수 있었다. 요정의 이름은 픽스였다.
픽스는 자그마한 손가락을 튕겨 초라한 막대 지팡이를 나선형 지팡이로 만들더니 룰루에게 던졌다. 지팡이에선 나뭇잎과 꽃이 돋아나고 있었다. 룰루는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장난기 넘치고 자연을 사랑했던 둘의 영원한 우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픽스는 룰루를 숲으로 데려갔다.
룰루의 고향, 밴들 시티는 기이하고 신비한 곳이었다. 논리를 거역하고 시간을 거스르는 그곳에서 물질 세계의 법칙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숲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숲은 요들이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다. 밴들 시티 역시 숲에서부터 만들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태고의 마법이 흐르는 숲은 철저하게 숨겨져 있어, 룰루가 오기 전까진 그 어떤 요들도 그곳을 찾을 수 없었다.
룰루는 숲에서 자신의 마력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는 것을 느꼈다. 자유자재로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고, 원하는 형태로 변신할 수 있게 된 룰루는 즐거워했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터무니없는 존재들이 룰루에 의해 실체를 갖게 됐다.
룰루는 왜 픽스가 자신을 숲으로 데려왔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단순히 같이 놀고 싶어서였는지, 아니면 어떤 이유로 자신이 숲에 필요했기 때문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룰루는 단숨에 숲에 매료되었다. 그곳에서 룰루의 삶은 끝없는 창조와 놀이의 연속이었고, 곧 다른 모든 것을 잊게 되었다.
다시 기억을 되찾았을 때, 룰루는 꿈에서 깬 듯한 느낌을 받았다.
룰루는 어느새 물질 세계로 돌아와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루가 지났을지도, 어쩌면 천 년이 지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숲에서 얻었던 능력 일부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룰루는 놀라우면서도 기뻤다. 룰루는 새로운 능력으로 작은 물건을 크게 만들거나 좋아하는 색깔로 주변을 칠했으며 동물 친구들을 잠들게 했다. 지팡이를 까딱이며 무시무시한 괴수를 작은 개구리나 다람쥐로 변신시키는 룰루를 보며 픽스는 즐거워했다.
하지만 룰루는 곧 숲이 그리워졌고 다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가는 길이 떠오르지 않았다. 픽스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기도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긴 했지만, 아직 돌아가기 싫어서 거짓말을 한 걸지도 몰랐다.
그러나 룰루는 개의치 않고 길을 떠났다. 숲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변했기 때문에 어떤 길을 택하든 간에 별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룰루는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내키는 대로 움직였다. 재미있어 보이면 위험한 상황에도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덕분에 룰루는 세상 이곳저곳을 여행했고, 가는 곳마다 마법으로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데마시아에서 룰루는 지루한 역사 수업을 듣는 아이들을 구출해 근처 풀밭으로 데려가서 함께 놀았다. 그러나 놀이가 끝났을 때 아이들은 전부 버섯으로 변해 있었고, 결국 한 달 동안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부모들과 지역 민병대는 필사적으로 아이들을 찾아다녔으나 헛수고였다. 비록 자신의 의도와는 상황이 다르게 흘러갔지만, 룰루는 즐거웠다. 마침내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서 자초지종을 얘기했을 땐 누구도 그 얘기를 믿지 않았다.
또 룰루는 프렐요드의 국경 지방으로 가서 부족 간에 전투가 벌어지는 순간 무기를 전부 꽃으로 바꿔버렸다. 룰루가 재미 삼아 벌인 장난에 부족 전사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최근에는 아이오니아 쾰린의 빛나는 사철화밭을 헤매고 다녔고, 자기들밖에 모르는 그림자단 수련생들에게 심술궂은 장난을 치기도 했다.
비록 숲으로 돌아가진 못했지만, 매일 새로운 모험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 룰루는 행복했다.
그리고 룰루는 깨달을 수 있었다. 어디로 가든 상관없이, 언제나 자신의 마음속에 숲의 일부가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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