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al music

하이든 - 머리가 두 개가 된 이유.....

쉰김치 2020. 11. 3. 00:36

요제프 하이든은 오늘날에도 '교향곡의 아버지'라 불리며 음악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위대한 작곡가인데, 그는 30년 동안 에스터하지 가문의 충실한 악장으로 근무하며 적극적인 후원을 받았다. 로젠바움은 그런 하이든과 꽤 친분이 있는 관계였다.

 

 

 

당시 77세였던 하이든은 병상에 누워 죽어가고 있었다. 하이든이 곧 숨을 거두리라는 사실은 누가 봐도 명백해 보였다. 하지만 친구의 죽음을 앞둔 로젠바움은 단 한 가지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하이든의 머리였다.

 

그는 하이든이 죽게 되면 무덤에서 머리를 파내 그의 두개골을 간직할 계획을 짜고 있었던 것이다.

 

 

 

 

로젠바움은 왜 하이든의 머리를 갖고 싶어 했을까? 당시 유럽에는 골상학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과학이 유행하고 있었다.

이 골상학에 심취한 사람들은 인간의 두개골을 연구하면 인간의 지능이나 정신 작용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 특히 하이든 같은 천재의 두개골은 일반인의 두개골과는 뭔가가 다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 골상학은 현재에는 유사과학으로 취급되고 있다.

 

1809년 5월 31일, 드디어 하이든이 사망했다. 그의 장례식은 초라하게 치러졌다. 당시 빈이 나폴레옹에게 포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이 아니었더라면 하이든의 명성에 걸맞은 성대한 장례식이 치러졌겠지만, 하이든이 충성을 바쳤던 에스터하지 가문이 나폴레옹의 군대와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장례식을 치를 수가 없었다. 로젠바움은 그가 합당한 애도를 받지 못하는 것에 매우 가슴 아파 했다.

 

하이든이 무덤에 매장된 지 4일 뒤, 로젠바움은 자신이 고용한 무덤 도굴꾼 제이콥 디무스 로부터 하이든의 머리를 건네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당시 빈은 날씨가 굉장히 더웠고, 하이든은 죽은 지 일주일이나 지난 상태였다. 당연하게도 하이든의 시신은 이미 상당히 부패돼 있는 상태였다. 로젠바움은 결국 하이든의 머리를 받아들자마자 구토를 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하이든의 두개골을 향한 로젠바움의 사랑 

을 막을 수는 없었다. 로젠바움은 자신의 동료 골상학자인 레오폴트 에카르트 에게 하이든의 머리에서 피부, 근육, 혈관 등을 벗겨내는 작업을 맡겼다. 한 달 뒤, 하이든의 머리는 깨끗하게 표백된 두개골로 탈바꿈했고, 로젠바움은 그 두개골을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유리관 안에 정성스레 보관했다.

 

 

 

약 11년 뒤, 하이든의 후원자였던 니콜라우스 에스터하지 2세가 평범한 공동묘지에 묻혀 있는 하이든의 유해를 이장, 에스터하지 가문의 묘지에 안치하기로 결심한다.

 

니콜라우스 에스터하지 2세의 명을 받고 하이든의 유해를 이장하기 위해 무덤을 파낸 에스터하지 가의 부하들은 충격에 빠지는데... 무덤 속에는 머리가 잘린 하이든이 누워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머리가 있어야 할 곳에는 가발만 달랑 놓여 있었다고 한다.

 

니콜라우스 2세는 하이든의 머리를 훔쳐간 도둑을 찾기 위해 전면적인 수색을 펼쳤고, 로젠바움은 금방 덜미가 잡혔다. 로젠바움은 이미 사망한 에카르트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면서 두개골을 경찰에게 넘겼다. 그러나 그 두개골은 하이든의 두개골이 아닌 다른 사람의 두개골이었다. 그 두개골이 너무 젊은 사람의 것이었기 때문에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가짜라는 것이 들통났고, 로젠바움은 다시 조사를 받았다. 니콜라우스 2세는 로젠바움에게 돈까지 주면서 두개골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로젠바움은 니콜라우스 2세에게 순순히 하이든의 두개골을 돌려주는 듯 보였지만, 이 또한 하이든이 아닌 다른 사람의 두개골이었다. 이번에는 하이든과 같은 77세 노인의 두개골이었기 때문에 니콜라우스 2세도 의심을 하지 못하고 믿어버렸다. 그렇게 하이든의 유해는 전혀 다른 사람의 머리와 함께 에스터하지 가문 묘지에 묻히게 된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에스터하지 가문의 후손인 파울 에스터하지 가 하이든의 머리에 관한 진실을 알게 된다. 당시 하이든의 머리는 빈 음악가협회에 전시되어 있었다. 로젠바움이 사망한 뒤 이 사람 저 사람의 손을 거치며 떠돌다가 로젠바움의 유언대로 빈 음악가협회에 기증된 것이었다.

 

 파울 에스터하지는 하이든의 머리를 돌려받기 위해 빈 음악가협회와 법정 소송까지 벌였다. 기나긴 소송 끝에 에스터하지 가문이 재판에 승소하면서 하이든의 머리를 돌려받게 된다.

 

1954년, 마침내 하이든의 머리가 몸과 함께 에스터하지 가문의 묘지에 안치될 수 있었다. 하이든이 사망한 지 145년이 흐른 뒤였다.

 

그런데 이미 무덤에 안치되어 있는 가짜 두개골을 어떻게 처리해야 되느냐가 문제였다. 결국 에스터하지 가문은 진짜 하이든의 두개골과 가짜 두개골을 같이 묻기로 했다. 그래서 하이든의 무덤에는 두 개의 머리가 같이 묻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