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와 엠마 의 사랑 - 슈슈
폭풍 같은 연애를 반복하며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지만 어째전혀 잠잠해질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남자가 있다. 프랑스의 작곡가 드뷔시. 전혀 변할 것 같지 않던 그도 아이가 태어나자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그의 여성편력은 굉장했다. 11살 연상의 마리 블랑쉬 바니에 부인과의 사랑을 시작으로, 갸비라고 불리우는 가브리엘 뒤퐁과의 동거에 들어갔다. 갸비는 알뜰하게 살며 집안의 재정을 책임졌다. 하지만 드뷔시는 온갖 고난을 함께 한 갸비를 배신하고 가수 테레즈 로제와 갑자기 결혼을 발표한다.
이후 가비의 존재가 발각되어 테레즈 로제로부터 파혼당한 드뷔시는 갸비와 이전의 생활로 다시 돌아가려 하지만, 갸비는 연인의 배신과 변심에 절망하여 권총으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드뷔시는 갸비와 헤어진 후 디자이너인 릴리와 결혼한다. 당시 드뷔시 나이 36이었고, 릴리는 11살 연하인 25이었다. 두 사람은 교회에서 식을 올릴 돈이 없어서 시청 증인이 입회한 가운데 간소하게 식을 올렸다.
소박하게 시작한 결혼 생활이지만 이 역시 평탄하지는 않았다. 드뷔시는 당시 피아노를 가르치던 제자의 엄마인 엠마와 사랑에 빠진다. 엠마는 유복한 은행가 집안의 딸로, 드뷔시와 같은 나이의 성숙한 여성이었다. 드뷔시는 당시 병약했던 릴리를 버리고, 엠마와 함께 도피한다.
릴리는 (갸비에 이어) 권총자살을 시도한다. 총알은 복부를 관통했고, 릴리는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소동은 스캔들이 되었고 드뷔시는 많은 친구를 잃었다. 세상 사람들은 드뷔시를 돈 때문에 엠마에게 접근한 최악의 남자로 생각했다.
그로부터 1년 후, 드뷔시와 엠마 사이에 여자 아이가 하나 태어난다. 43살에 처음으로 아빠가 된 드뷔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의 이름을 합쳐 만든 '클로드 엠마'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슈슈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드뷔시는 슈슈를 사랑했다. 피아노곡집 <어린이의 세계>는 당시 3살이던 슈슈를 위해 만든 것인데, 다정하고 따뜻한 곡들로 가득 차 있다. 드뷔시는 이 피아노곡집에 <귀여운 슈슈야. 이런 곡밖에 못 만들어서 미안해.>라는 헌사를 달았고, 직접 표지 디자인까지 했다.
드뷔시는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55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그 다음 해 슈슈도 병으로 죽었다. 드뷔시가 작곡가로서 평온하게 활동한 삶은 몹시 짧았다. <어린이의 세계>에는 평범한 가정의 행복이 담겨 있다.